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티스토리 툴바




rss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세요


Delivered by FeedBurner
39,166  TOTAL
Today 15 Yesterday 17




이택광 | 한윤형 | 고재열 | 이상엽 | 이현우 | 우석훈
최신 당비의 생각을 만나세요!

[고정수의 일본 탐구 09]'민의'의 딜레마 고정수(다카이 오사무) | 칼럼니스트 2010/07/12
다시, 민주당을 생각하다 김신식 | 당비의 생각 간사 2010/06/07
[고정수의 일본 탐구 08] 다시, 문화를 생각하다 고정수(다카이 오사무) | 칼럼니스트 2010/06/03
[당비의눈길]   2010/01/25 15:54

안티고네 | 칼럼니스트

지난 1월 20일, 오랜만에 반가운 판결 소식이 들려왔다.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전원 무죄 판결을 내린 것. 비록 1심 판결이지만, 검찰의 공소 사실이 전부 반박되었기 때문에 항소를 통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PD수첩> 무죄 판결은 그 결과만큼이나 놀라운 후폭풍을 몰고 왔다. 우선 조중동문에서 입을 모아 편파 판결이라는 둥, 정치 판사라는 둥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극우 단체 회원들이 판사의 집 앞에 몰려가 침묵 시위를 벌이더니, 21일에는 급기야 판사의 사진 화형식까지 치렀다. 대법원장 또한 수난을 면치 못했다. 극우단체 회원들은 대법원장이 탄 차에 계란 세례를 퍼부었고, 앞으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극우 단체의 움직임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수위가 상당히 높다. 한마디로, 1심 판결 하나 때문에 난리가 났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법부가 결코 진보 혹은 좌파 성향을 가져서 이런 판결을 내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법부가 말하는 ‘중립’이란 가치는 정치적으로 보수라는 말의 완곡한 표현에 불과하다. 사실 합리적 보수만 되어줘도 ‘땡큐’한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 아닌가. 사법부 특히 <PD수첩> 사건을 맡은 재판관이 진보 인사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기사화된 바 있다. <PD수첩> 사건에 무죄 판결을 내린 문성관 판사가 맡았던 5000건이 넘는 사건에서 그는 늘 기존 판례에 따라 판시해 왔다. 그리고 보수 언론들이 어렵게 찾은 그의 ‘좌파 성향’ 판결인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 또한 검찰이 항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성관 판사 개인의 성향이나 책임으로 국한시키기 어려운 사례다. 즉 이번 판결은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의 결과라기보다 사법적 절차에 따른 최소한의 합리적 결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PD수첩> 판결은 판사 개인의 좌파 성향으로 무죄 판결을 내린 게 아니니 우익단체나 조중동문도 이제 그만 흥분을 가라앉혀라’ 이렇게 말하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정연주 전 KBS 사장, ‘미네르바’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청와대나 여권은 번번이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다른 무죄 판결 사건들처럼 <PD수첩> 재판이 분명히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했었던 <PD수첩>은 2008년의 촛불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2MB의 언론/방송 장악이 계속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시급한 문제를 제기한다.

<PD수첩> 재판 이후 불어 닥친 후폭풍을 보며 기우가 드는 것은, 정치적 문제를 사법화하는 양상이다. 좌파 혹은 진보가 사법과 맺는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어느 사이엔가 사회 운동의 끝은 헌법재판소 혹은 대법원이 되었다. 재판에서 지면 혹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내지 못하면, 운동은 힘을 잃고 사라져버렸다. 판결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법부라는 거대한 아버지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기대심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거리의 정치, 운동의 정치는 힘들지 않을까.

우파여, ‘떼법’이 아닌 ‘정치’를 보여주길

<PD수첩> 사건 판결과 이후 양상은 사법부를 바라보는 우파와 권력의 시선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힘 있는 우파는 사법부에 대해서도 우월한 입장이었다. 집권 초기부터 2MB가 법치를 강조하고 떼법을 막겠다고 했을 때 그를 둘러싼 일당들은 사법부는 권력의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 게다. 대통령이 호령하면 검찰은 마구 구형을 얹고, 사법부는 판결하고, 나라 기강 세우고. 이렇게 일이 척척 돌아갈 줄 알았던 그들에게 최근 미네르바 사건, 강기갑 대표 사건, <PD수첩> 사건의 잇단 무죄 선고는 몹시 괘씸한 일이다. 권력이 곧 중립의 기준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들이기에.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여기 도사리고 있다. 사법부의 이런 미운털 박히는 행동을 ‘판결’할 수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사법부의 행동을 문제 삼으려면 결국 정치적 이슈파이팅이나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벌써 여권과 사법부, 여권과 다른 독립기관들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사법부의 이용훈 대법원장은 20일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두 말하면 입 아픈 소리겠지만, 최근 사법부 판결에 대한 검찰과 여권의 공격으로부터 사법부가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또한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바로 ‘사법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이용훈 대법원장 책임론, ‘우리법연구회’ 해체에서 더 나아가 법관 임용에 관여하고 인사권을 장악해서 법원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조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연히 이런 ‘사법부 개조’가 한나라당의 뜻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와 임시국회가 있다. 그러니 아직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국회 또한 사법부에 관한 이 싸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싸움에서 우파들은 이제 그들 자신이 스스로 떼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떼법’이란 없다. 이는 정치의 한 모습일 뿐이다. 단지 정치를 언제나 제도와 위계의 ‘정치적인 것’으로 환원시켰던 그들이 사법부를 둘러싸고 이제 정치의 주체가 된 것 뿐이다. 청와대를 등에 업고 국회를 장악하고, 보수적인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톡톡히 이용하며 정치의 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그들이 과연 어떤 정치를 보여줄 것인가. 침묵 시위, 계란 투척, 화형식 등 기존 우익 단체들이 해오던 레퍼토리는 다 나온 듯하다. 진심으로, 이 기회를 빌려 우파가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힘으로 밀어대는 것이 아니라 그네들이 자주 언급하는 대화와 타협, 합리성을 동원해서 말이다. 한국 좌파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에 진정한 보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푸념을 이제 그칠 수 있도록 좌우가 정치의 장 안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좀 더 욕심 부리자면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법부 스스로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의 기관이라는, 탈정치화된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법적 안정성, 법적 절차, 합리성 모두 중요한 판결의 요소다. 당연히 법에 따라 상식적인 판결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탈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또한 아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첫 번째 숙제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 ‘사법부의 권위’라는 정치적인 권위에 기대지 않고 정치의 대결을 펼쳐나가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법부가 자신이 놓인 정치의 맥락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법적 안정성과 시대적 요청 간의 정치적 긴장을 사법부 스스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세종시 논란으로부터 시작한 2010년, 선거와 임시국회가 있는 6월까지 다시금 한바탕 큰 판이 벌어지는 살아 있는 정치가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독립된 삼권분립이란 삼권 간의 정치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모든 사건은 정치의 맥락 안에 놓여 있으니.

2010.1.25 ⓒ 안티고네

안티고네 : “왕의 법을 넘어서는 하늘의 법이 있습니다”라고 외쳤다는 비운의 공주(?)의 이름을 빌려 쓰기 시작한지 5년째다. 그동안 이것저것 공부했지만 뭔가 빈 독에 물 붓는 느낌이랄까. 88만원 세대의 소심한 좌파이자, 페미니스트로 자기소개할만한 특이사항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슬픔!) 그저 내가 읽고 고민한 것을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분투중인 햇병아리로, 최근에는 주디스 버틀러에 푹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catshime@naver.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Address :: http://dangbi.tistory.com/trackback/43 관련글 쓰기